강원FC의 이번시즌…

작성일 : 2013-05-29
조회수 : 884

강원 FC의 이번 시즌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축구 팀의 팬으로서 걱정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마는

지나친 우려를 표명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강원FC의 성적보다도 그 점이 더 걱정스럽습니다.

멀리 영국, 잉글랜드의 예를 들어볼까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 우승을 원했을 겁니다.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실망했을 겁니다.

첼시,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 역시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했지만,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데 실망했겠죠.

실제로 맨체스터 시티의 만치니 감독은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예상했던대로 첼시의 베니테즈 감독 역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죠.

그럼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강원FC의 우승을 바라셨습니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나 FA컵 우승을 할거라고 예상하고 계신가요.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행복하겠죠.

유니폼, 아니면 머플러라도 하나 더 살 겁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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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저는 제가 응원할 팀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뻤고,

지금도 그런 마음인데요.

2부리그로 강등된다고 강원FC를 등질 사람처럼 이러지 맙시다.

게다가 우리는 강등권을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성적이지 않은가요?

1승 5무 7패, 10득점 24실점의 성적표가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7승 5무 1패가 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이기도 합니다만,

7승 5무 1패의 팀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팀이라서 응원하는 것 아닙니까.

초반 연속된 무승의 기록에 지치신 것도 압니다.

무-패-무-패가 계속되어 무-패의 팀이라고 인터뷰를 했던 감독님의 자조적인 심정, 이해합니다.

저 역시 지난경기 몸통박치기를 연상시키는 상대팀의 플레이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의 강원FC는 원래 목표했던 ‘K리그 클래식 잔류’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3라운드, 리그의 절반이 지난 현재 승점 8점, 바로 위의 경남과 4점 차이입니다.

물론 경남이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라는 것도 압니다만.

지난 시즌, 하위스플릿이 시작되었을 때 강원FC가 잔류하기 위해 따라잡아야 했던 승점 차, 기억하십니까?

막상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아보지만 정확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네요.

10점 가량의 승점 차를 따라잡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상주 상무의 자동 강등에 따른 보이콧으로 인해 수혜를 입은 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등이 유력한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보여주었고,

성남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통해 잔류를 확정짓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인천의 19경기(20경기였나요) 무패행진을 끊었습니다.

앞으로의 경기들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잔류를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시즌 K리그 클래식 초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강원FC의 모습을 그리셨나요,

아니면 다음 시즌 처음으로 참가한 AFC 챔피언스리그의 돌풍의 핵이 되기를 기대하셨나요.

저 역시 강원FC가 그런 팀이 되기를 바라고 있고,

그런 팀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는 것,

김학범 감독님이 시즌 초반에 인터뷰를 했듯,

K리그 클래식에 남는 것이 이번 시즌의 목표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축구 올해만 보고 안 볼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느 팀이나 부침을 겪는다고 생각합니다.

퍼거슨 감독과 함께 잉글랜드 축구의 역사를 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뮌헨참사 이후 침체기에 빠졌죠.

지난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에 등극한 맨체스터시티는 무려 44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위건은 창단 81년만에 처음으로 FA컵을 들어올렸고요.

미국 MLB에서 어떤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어떤 할머니께서 수백만 원 하는 표값을 지불하고 경기를 관전하셨다고 합니다.

그 할머니를 인터뷰 했는데, 그 할머니께서,

자신의 아버지도 이 팀을 응원했고, 자신도 이 팀을 응원했는데,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돈 백 만 원이 아깝냐고 하셨다고 하죠.

조금만 기다립시다.

축구 올해만 보고 안 볼 것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시즌 스플릿 시스템으로 들어가기 전 몇 주간의 휴식기 동안 팀을 정비한 덕분에

B그룹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잔류에 성공했듯,

이제 K리그 클래식이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주어진 휴식기를

더 나은 팀으로 돌아올 기회로 삼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시즌, 허무한 패배와 무승부가 많기도 했습니다.

전남, 대전과의 무승부, 서울전에서의 역전패만 극복 했더라도 얻을 수 있는 승점이 7점이죠.

전남을 누르고 9위, 상위 스플릿 진출을 바라볼 승점입니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만약 축구가 전반 45분 – 후반 30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강원FC는 중위권에 있을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에 실망하다가도

어느 순간 승리의 기쁨에 취하는 것이 스포츠 아닌가요.

그래도 이번 시즌, 지금까지 걸어온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순위만 해도 강등 플레이오프권이고, 충분히 순위 상승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은가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점, 저 역시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모든 평가는 시즌이 끝난 뒤에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부정하지는 맙시다.

매번 이기는 팀이라서,

언제나 세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팀이라서

그래서 응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치면 이 지구상에 응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팀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다만, 이미 우리 팀이라서 응원 하는 것 아닙니까.

날도 더워지고, 이제 여름인데 선수들 역시 지쳐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강원도 사람이지만 사는 곳이 충청도라는 핑계로,

차가 없다는 핑계로 경기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지난경기 한동원 선수의 부상에 걱정하던 강원 팬 아닙니까.

많은 분들이 갖고 계신 걱정스런 마음, 압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매번 이기는 팀을 응원하려고 강원FC 유니폼을 구매한 것은 아니지않습니까.

질 때도 있고, 좀 더 잘 했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지만,

우리 팀이라는 애정이 먼저 아닙니까.

지난 시즌처럼 멋진 뒤집기를 보여주실 거라 믿습니다.

여러분의 걱정스런 마음, 저 역시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기다릴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축구 하루 이틀 보고 말 사람들도 아니고

강원을 등질 사람들도 아닌데 말입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매일 이기는 팀이었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충분히 강등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얘기를 하려고 적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늦은밤 두서없이 말이 많았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5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 지당하신 말씀! 잉글랜드 6부리그 팀 팬들이 fa컵 첫판에 첼시를 만나더라도 응원을 가는 이유는 아자르의 골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팀이 첼시라는 강적을 만나 싸우는 것을 응원하기 위해서죠!
    박태민 2013-06-24
  • 좋은 밤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믿고 기다리는 것도 좋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도 좋고, AFC에 출전해서 돌풍의 핵으로 급부상 하는 것도 좋지요. 다만, 현실이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안타깝네요. 좋은 얘깁니다만, 강등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전력이 비슷한 도민 구단같은 경우 좀더 좋은 경기력을 팬들에게 보여 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지요. A매치 기간 중 충분한 휴식으로 전라도 원정에서 승전보 울릴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
    곽흥규 2013-05-29
  • 긴글 잘 읽었습니다 님 말씀처럼 올해목표는 강등을 면하는것입니다 여유를 가지고 우리선수들 응원합시다
    이병호 2013-05-29
  • 휴,~!
    권혁담 2013-05-29
  •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십니다. 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팀에 힘이 되는 글 많이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신재인 201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