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루니’ 윤준하를 만나다 (1편)

작성일 : 2009-06-24
조회수 : 3572


 이 기사를 읽는 당신에게 강원FC와 함께 한 지난 반년은 어떤 시간들이었는가? 개막전에서의 첫 골, 그리고 첫 승리, 첫 원정길이었던 서울전의 짜릿한 기억, 디펜딩 챔피언 수원을 혼쭐내던 그 순간들, 그리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대구를 상대로 터진 거짓말 같던 극적 동점골과 울산전(4-3)과 성남전(4-1)에서 거둔 대승.

그리고……

 그렇게 설레는 기억들을 하나 둘 씩 되짚어 가다보면 그 추억들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한 청년, 바로 오늘 우리가 만날 강원의 스타 윤준하와 조우하게 된다.

사실 강원FC의 첫 개막 휘슬이 울리던 순간까지도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았던 윤준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그의 이름 앞에 ‘무명’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는다. 이제는 어엿하게 강원을 대표하는 선수로 멋지게 성장했으므로. 하여 강원FC는 A매치 브레이크 기간 동안 잠시 숨을 고르며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는 윤준하를 지난 6월 15일 전지훈련지인 태백에서 만나보았다. 

                     

 강원FC(이하 강원): 만나서 반갑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가?

 윤준하(이하 윤): 계속 훈련이었다. 일단 춘천에서 먼저 전지훈련을 하고 태백으로 왔다. 이전에 휴가를 갔다 왔기에 몸만들기부터 시작했고, 그 다음엔 체력훈련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리고 다음엔 패스의 세밀함을 올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하루 훈련의 80%가 패스 훈련이다. 

강원: 여기 태백이 해발고도가 높은데 힘들지는 않은가? 

윤: 아…… 어제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힘들었는데 고도 때문인 거 같다. 여기 고도가 1000m정도라고 한다. 너무 힘들었다. 

강원: 그래도 도움은 될 거 같다. 일부러 고지대에서 훈련하고 그러지 않는가.

윤: 그러게 말이다. 밑에 내려가서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강원: 일부에서는 강원FC 홈구장을 대관령에 지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웃음). 그러면 상대팀이 많이 괴로울 것이다. 

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 팀에도 죽는 선수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웃음). 

엷은 미소를 띤 윤준하의 표정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훈련을 통해 더욱 더 자신감이 붙어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준하에게 지난 전반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강원: 일단 형식적인 질문부터 해야겠다. 올 시즌 전반기가 끝났는데 기분이 어떤가? 

윤: 처음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단 어렵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골도 많이 넣을 수 있었고. 후반기에도 전반기만큼만 했으면 좋겠다. 

강원: 그 자신감 보기 좋다. 모두들 강원을 보고 돌풍이라고 했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윤: 지금처럼 중간 이상은 갈 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원래 골을 잘 못 넣던(?) 선수여서 원래 목표가 첫 해 1골 넣는 것이었는데 (웃음) 벌써 4골이나 넣었다. 

강원: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래도 대학 시절에는 선수들 사이에서 상당히 알려진 선수였다고 들었다. 

윤: 아닌데. 잘못 들은 거 아닌가?(웃음) 

강원: 초반에 연속골을 기록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인천의 유병수 선수와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지목했다. 많이 신경 쓰였을 거 같은데? 

윤: 처음에는 신경도 안 썼다. 그런데 4골 정도 넣으니까 욕심이 나더라. 최대한 욕심을 안 내려고 했는데 잘 안된 거 같다. 

강원: 유병수 선수가 이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느낌이 어땠는지? 

윤: 태극마크는 축구 선수의 모든 꿈이다. 내가 아직 대표경력이 한 번도 없다보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하지만 내가 내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욕심은 없다.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강원: 5월 들어서는 득점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골 욕심이 너무 많아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솔직히 공격수가 골 욕심이 없는 건 거짓말일 테고. 득점 페이스가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 

윤: 처음에는 골 욕심이 거의 없었다. 골보다는 어시스트에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시스트를 하려고 하다보면 골이 들어가고, 골을 넣으려고 하다보면 골이 안 들어갔다. 코치님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강원: 음…… 선배들은 이럴 때 도움 받으라고 있는 사람들이다. 

윤: (김)영후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준다. 골에 대한 생각을 하지 말고 플레이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쉽게 해결 될 거라고 하는데 쉽게 안 된다. 

강원: 아니, 잠깐. 김영후 선수는 오히려 본인에게 조언을 받아야 할 입장 아닌가? (웃음) 

윤: 영후 형이 후반기 때는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기대해도 괜찮다. 원래 골 넣는 감각만큼은 탁월한 선수이다. 

강원: 현재 곽광선 선수가 3골로 팀 내 득점 랭킹에서 윤준하 선수를 맹추격하고 있다. 팀 내 득점 1위 탐나지 않는가. 내년 연봉 협상 때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윤: 욕심 안 난다. 곧 영후 형이 1위 자리를 뺏어갈 거니까. 그리고 최순호 감독님은 연봉 협상 때 기록보다는 플레이 자체에 중점을 두시고 평가하실 거라 믿는다. 

                            

윤준하는 인터뷰 내내 최순호 감독에 대한 믿음과 김영후 선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자신을 발굴해낸 감독과 현재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동료 선수에게, 윤준하는 인터뷰 내내 특별한 애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강원: 우리가 경기 중에 보는 최순호 감독님은 정장을 잘 차려입은 영국 신사 같은 분이다. 평소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윤: 선수들에게 별다른 터치를 안 하시는 분이다. 운동만 열심히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신다. 미팅할 때는 농담도 하시면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강원: 경기 중에 판정 항의도 많이 안 하시는 거 같던데? 

윤: 심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신다. 

강원: 그래도 뛰다 보면 화나는 순간 한 두 번이 아닐 것 같다. 

윤: 이건 진짜 아닌데 하다가도 옆에 보면 감독님이 노려보고 계셔서 (웃음) 뭐라 말도 못한다. 하지만 페어플레이를 강조하신 감독님 덕에 현재 우리 팀이 파울수가 제일 적다. 

강원: 카드도 제일 적다. 

윤: 맞다. 아무래도 감독님 영향이 큰 거 같다. 

강원: 최순호 감독님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보통의 경우 감독이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면 선수들은 그를 굉장히 어려워한다. 

윤: 우리 감독님은 안 그런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를 원하시고 훈련도 훈련한대로 보여주기를 원하신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시는 분 같다. 

강원: 아무래도 같은 공격수 출신이다 보니 본인과 이야기나 생각 등이 잘 통할 거 같은데. 

윤: 맞다. 감독님이 내 심경을 잘 아는 거 같다. 골이 안 들어갈 때는 절대 욕심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만 하면 분명 골은 뒤에 따라올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덕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강원: 김영후 선수와도 친한 거 같은데. 

윤: 제일 친하다. 호흡도 잘 맞고. 여기(태백) 와서도 룸메이트다. 숙소에서는 룸메이트가 계속 바뀌지만 다른 데 훈련 나가면 무조건 영후 형과 같이 방을 쓴다. 영후 형이 잘 챙겨준다. 아, 지금은 아마 자고 있을 거다.

강원: 둘이서 쉬는 시간에는 주로 뭘 하는지 궁금하다. 

윤: 방에 노트북 두 대 갖다놓고 게임을 한다. 

강원: 게임이라면…… 축구 게임? 

윤: 아니, 농구 게임을 한다. 영후 형은 평소에도 축구게임을 하지만 내가 안한다. 축구는 하는 것만 좋아한다. 게임에서까지 축구를 한다면…… 지겨울 거 같다(웃음). 

강원: 축구게임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데. 

윤: 모르겠다. 난 그저 지겹다. 

강원: 간혹 선수들 중에는 자신의 능력치를 최고로 조작해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윤: 진짜? 아 그건 궁금하다. 게임에서 내 능력치가 어떻게 나오려나? (웃음) 

(2편에서 계속)

 글/ 김재호 강원FC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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