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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용사’ 이을용, “고향인 강원으로 귀순했어요”

작성일 : 2009-02-14 조회수 : 12,423



이을용(34·강원FC)은 별명이 많다. ‘감자’ ‘을용타(打)’ ‘인민군’ ‘귀순용사’ 등이 그의 이름 앞에 따라다닌다. 결코 멋진 수식어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다 괜찮아요. 축구팬이 좋아하면 그만이죠”라며 웃었다. 산전수전(山戰水戰)에 수중전(水中戰)까지 경험한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졌다.

 축구인생의 황혼기에 K리그의 신생아 강원FC에 입단한 이을용을 전지훈련지인 중국 쿤밍 시내에서 9일 만났다.

 -강원 입단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김원동 강원 사장의 전화를 받고 정말 많이 고민했다. FC서울과 재계약 논의를 시작한 시점이었고 주위에서도 신생팀에 가는 것보다는 FC서울에 남는 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FC서울에 남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강원FC와 처음부터 함께 하지 않고 나중에 합류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접 와보니 어떤가.

 ▲정말 힘들다. 신생구단이라 그런지 이것저것 신경쓸 게 많다. (정)경호가 오기 전까지는 아는 선수가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프로팀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내가 할 역할은 후배들에게 프로 의식과 근성을 심어주는 일이다. 내셔널리그와 대학에서 온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프로 자세에 대해 많이 얘기해주고 있다. 특히 “프로는 냉정하다. 실력이 없으면 바로 도태된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 다행히 후배들이 잘 따라와주고 있다.

 -어느새 30대 중반이다. 은퇴를 생각할 시점도 됐는데.

 ▲강원과 3년 계약했다. 하지만 중간에 체력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미련없이 은퇴하겠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는가.

 ▲지도자로 축구인생을 이어가고 싶다. 그동안 니폼니시·히딩크·아이바바·귀네슈 등 많은 외국인 감독을 경험하며 그들의 장점을 메모해뒀다. 그 중 히딩크와 귀네슈는 정말 특별한 감독이다. 누가 뭐라하건 자신의 소신대로 일을 추진한다. 많은 것을 배웠다.

 -올 시즌 강원FC의 성적을 예상한다면.

 ▲서울·수원·성남 등 상위권팀과는 분명 힘든 경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하위권 팀들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어린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뛰어나다. FC서울의 어린 선수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경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별명이 참 많다. 듣기 거북할 수도 있는데.

 ▲다 괜찮다. 축구팬이 좋아하면 그만이다(웃음). 을용타(打)가 나왔을 때 인터넷에 떠돌던 사진도 다 찾아봤다. 재미있었다.

 -강원 축구팬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강원도의 뜨거운 축구열기는 누구보다 잘 안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어법에는 안 맞을지도 모르지만 ‘귀순용사’ 이을용이 서울을 떠나 고향인 강원도로 귀순한 만큼 더 큰 응원 부탁드린다.

<쿤밍(중국)|스포츠칸 = 김종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