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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기쁜 마음에 처음 글을 써 봅니다. (글이 길어요.)

작성일 : 2021-12-13 조회수 : 9,062

아주 오래전 나르샤 게시판에 몇번 글을 쓴 기억은 있는데 이곳 자게에는 처음 글쓰기 입니다. 

글제처럼 너무나 기쁜 마음에 겨우 아이디와 비번을 찾아서 로그인 글쓰기를 하게 됩니다.


몇번이나 어제 강릉대첩의 그 짜릿했던 영상들을 보고 또 보고 반복을 했음에도 기쁜 마음을 가라 앉히지 못한채 이곳까지 노크를 하게 되었는데 그저 축구를 눈으로 즐기고 좋아할 뿐 디테일한 전술등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나 그냥 강원 fc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쁜 마음에 글 씀을 밝힙니다.


지금까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혹은 무승부팀이 100% 승강제의 위너가 되었다죠? 이 전례로 미루어 보면 2차전을 앞둔 강원fc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길하고 찝찝한 1차전의 결과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기록이나 전례들은 깨어지라고 존재하는 거 잖습니까? 결과적으로 강원fc는 그 과거의 기록들을 기분좋게 찢어 놓은 주인공이 되어 버렸네요.


경기장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무조건 우리가 선취 득점을 해야 한다...먼저 실점을 하게 되면 원정 다득점에 의하여 우리가 최소 3골이란 득점을 해야 하는데 이건 현실적으로 정말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장 최상을 실점 없이 2득점하거나 차상을 실점 없이 1득점후 연장전 승부 혹은 승부차기 승부쪽으로 가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물론 1실점후 3득점의 상황 그림도 그렸지만 이건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희망 그림 상상이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주차장에 있던 대전 팬들이 타고 온 버스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 나열 된 버스들을 보면서 장난 아니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추측건데 아마도 그들의 마음은 경기전부터 이미 1부리그 승격 확정 70~80% 정도쯤에 위치해 있었을 겁니다. 실제 경기장 관중석에 위치한 대전 서포터즈 숫자들이 이를 말해 주더군요. 서포터즈 숫자만 본다면 홈과 어웨이가 마치 바뀐 느낌까지 들 정도 였으니까요.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립니다.

경기 초반 경기의 흐름이 우리에게 좋아 보였습니다. 공격 주도권의 무게감이 우리쪽에 더 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수들 몸 놀림이 전반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공격 전개 패스 과정들이 간결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좌측 수비와 공격 전개시 윙으로 올라가는 츠베타노프 선수에게 자꾸 눈길이 갔습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하여 유난히 몸이 가벼워 보였는데 결국 이 선수는 경기내내 공수 전반에 걸쳐서 놀라운 활동 반경들을 보여줍니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인 선수중에 한 선수가 이 선수가 아니었나 싶네요. (다른 선수들을 제쳐두고 이 선수를 더 주목하게 된 건 개인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기장에 함께 한 지인에게 경기 전에 저가 한 넋두리가 있었는데 강원fc는 유독 외국인 선수쪽에서 별 재미를 못 보는 것 같다고 푸념을 하였거든요. 그래서 유독 이 선수를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초반 경기 분위기를 보면서 선취 득점이 이루어 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는데 생각치도 못한 상대의 중거리 슛에 한방을 먼저 얻어 맞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위치했던 곳은 대전 서포터즈로부터 가까운 본부석쪽이기에 굉장히 먼 거리에서 실점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상대 선수의 발에서 떠나는 볼의 궤적을 보면서 직감적으로 발등에 제대로 걸렸다는 불길한 느낌이 딱 들어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발등을 떠난 볼은 그냥 빨랫줄처럼 골망으로 빨려들면서 강원팬들에겐 철렁 쓰라림을 대전팬들에겐 환호작약을 선물했습니다.


실점후 필자는 곧장 전광판 시침을 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찍 실점을 한 게 우리로서는 다행이라면 다행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양팀이 득점도 실점도 없이 후반전까지 이어지다 실점을 하게 되었다면 이건 강원으로서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을테니까 말이죠. 실점을 하였을 때 아마도 저의 마음이 곧 강원팬들의 마음이었을 겁니다.

욕심 같아서는 전반전이 3대1로 끝나면 좋겠지만 무조건 최소 2대1로 뒤집어 주길 희망했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이라는 게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비록 먼저 실점을 하였지만 경기 흐름 그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만회 득점을 하더라도 그 시기가 아주 절대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은 거죠.


잘 알다시피 강원은 실점 후에 만회골을 아주 빠른 타임에 이루어 냅니다. 그런데 강원에겐 그 만회골이 단순 한골 만회골이 아니란 생각이 첫 득점 상황을 보면서 들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실수성에 가까운 만회골이었거든요. 이건 상대 입장에서 본다면 단순 실점 하나 그 이상의 파급 역효과를 불러 올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첫 득점을 할 때 저와 함께 관전하는 지인에게 필자가 건내주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실점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우리처럼 상대가 잘해서 그냥 쿨하게 한 골 먹는 게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그나마 선수들에게 실점에 대한 아쉬움의 잔상들이 오래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예상치도 못한 두번째 득점과 세번째 득점이 연이어 나오게 되었는데 빠른 추가 득점을 할 수 있었던 원인을 저는 두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봅니다.

첫번째 득점이 아주 빠른 타임에 나왔다는 것과 그 첫 득점 과정들이 상술했 듯 대전의 실수성에 가까웠다는 게 컷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당연히 잘해서 연이은 추가 득점을 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물들어 올 때 제대로 노를 저은 거 맞습니다.

그러나 대전 입장에서 본다면 수비에서 뭔가 정신 못 차리게 된 원인중에 하나가 석연찮은 첫 실점의 과정이라는 게 저의 시각입니다. 아마도 대전 선수들에게는 그 아쉬웠던 첫 실점의 잔상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을거란 추측입니다.


두번째 득점 주인공 임채민 선수가 득점 후 상대 대전 서포터즈석을 향하여 날리는 어퍼컷을 보면서 속이 얼마나 씨원하던지... 그냥 답답했던 속에다 사이다를 통째로 들이키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차전 최고의 골세레모니로 꼽고 싶습니다. 필자가 대전 서포터즈석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보니 그들의 환호작약 함성들이 저의 속을 부글부글 끓어 오르게 하였나 봅니다. 경기 끝난 후 다시 보기 영상에서 임채민 선수의 그 어퍼컷을 몇번이나 보고 또 보고 했었습니다. 한동안 저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을 그림입니다.


실점 이후에 필자가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았던 꿈만 같던 3대1의 스코어가 순식간에 전광판에 새겨지게 됩니다. 이거 레알...실화냐... 그렇게 전반전을 마치게 되었고 후반전 휘슬이 다시 울리게 되는데 말 그대로 박터지는 한골 싸움이 되었습니다.

강원의 추가골이 먼저냐 대전의 만회골이 먼저냐 후반전은 결국 이 싸움으로 전개가 됩니다.


후반전 경기 초반 결정적 득점 찬스를 아쉽게 날리는 장면들을 보며 속으로 걱정이 몰려왔습니다. 찬스가 이어질 때 전반전처럼 득점 메이드로 이어져야 경기를 좀 편하게 안정적으로 펼칠 수가 있을텐데... 잘못하면 상대에게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는데... 한골 싸움의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경기내내 이어지면서 후반전은 계속해서 좌불안석 쫄구는 마음으로 관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후반전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광연의 슈퍼 세이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당시 스코어 3대1인 상황이고 후반 끝마무리 시점이었는데 만약 그때 실점을 하였다면 경기는 3대2로 끝났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고 보았습니다. 대전은 문을 걸어 잠글테고 우리로서는 반드시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일텐데 경기의 남은 시간과 대전의 수비 강화 전술 변화들을 예상해 볼 때 강원의 추가 득점은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후반전 그 장면이 저에게는 가장 인상이 깊었고 가슴 한 켠을 쓸어내리게 되었는데 어쩌면 경기 승패의 분수령 지점이 아니었나 싶네요.


강원fc 팬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기쁜 마음에 주절주절 긴 이야기들을 내려놓았습니다.

경기 스코어는 비록 4대1이었지만 사실상 양팀 전력은 한골 싸움이었다는 게 저의 시각입니다.

양팀 모두 2차전이 끝이기에 어차피 한팀은 승부수를 던져야 하다보니 스코어상에서 실제 실력과는 좀 갭이 있었다는 생각인데 입장 바꿔서 강원이 수세에 몰렸다면 똑같은 상황도 충분히 가능했을 거란 예측입니다.


대전의 플레이를 보면서 한가지 부러운 게 있었습니다.

수비에서 공격 전환이 아주 빠르고 역동적인 파워풀한 느낌들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온볼 플레이어들만 빠른 게 아니라 빈 공간을 침투하는 오프볼 플레이어들에게서도 그런 느낌들을 받았습니다.

위협적인 공격 전개는 날카로운 패스와 패스의 연결로도 가능하겠지만 볼 없는 선수들의 빠른 공간 침투와 효율적인 위치 선점도 상대 수비틀을 파훼시키는데 아주 효율적이고 위협적인 카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행히도 우리 선수들이 경기내내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더 이상 실점 없이 잘 버텨주었는데 지금에 복기해 보아도 어제 대전의 빠른 공격 전환과 선수들의 유기적인 빠른 움직임들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내년에 강원fc에서도 그런 공격 전개의 모습들을 희망해 봅니다.


새로 부임하신 최용수 감독님께 승리의 축하 말씀을 전해 드리면서 강원팬으로서 한마디 드리겠습니다.

선수를 들어 쓰는 건 오직 감독님 고유 권한입니다. 감독이란 직은 오직 결과로 말을 해야 하는 무척이나 외롭고 고독한 자리일 겁니다.

감독님께서 구상하는 전술쪽에 적합한 선수들을 들어 쓰시되 매 해년마다 잦은 선수들 변화는 없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입니다.


잦은 선수의 변화는 감독님만의 색깔 축구를 추구 함에 있어 오히려 장애가 될까 싶어서 드리는 이야기인데 그냥 일개 팬의 시각 정도로만 양해를 구합니다. 이 부분은 전임 감독님에게서 느꼈던 아쉬운 소회여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게 전임 감독님의 의도였는지 감독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루어 졌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승패의 결과물을 떠나서 그 부분이 저에게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전임 김병수 감독님께서도 그간 많은 수고를 하셨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단두대 매치격인 강릉대첩을 승리로 일군 감독님 이하 코칭 스텝과 모든 선수들 그리고 열두번째 선수인 나르샤 서포터즈님들께 축하와 함께 한해 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전하며 모든 강원 팬들과 자축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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