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여 영원하라~!
축구공 속에는 마력이 있다.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마력이다. 그것은 사랑의 동심원과 화합의 동심원도 만들어낸다.
경기가 시작되면 피가 끓는다. 차고 달리고 정지하고 빼앗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자신감과 공격성 본능도 작동한다. 메뚜기 떼처럼 공을 쫓아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다.
● 울보의 벌어진 축구화
90년대 초 축구심판으로 활동할 때였다.
경기 전 선수들의 장비검사를 하는데 한 아이가 우측 발을 뒤로 감추고 있었다.
신발을 보이라고 재촉하자 고개를 푹 숙인 채 멈칫멈칫하였다.
그때 주장이 “쟤 엄마는 시장에서 생선 팔아요.”라고 소리치자, 아이는 급기야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축구화를 보니 앞창이 벌어졌고 끈으로 묶여져 있었다. 치부를 들킨 아이는 더 서럽게 울었고 다른 아이들은 못 본체 외면하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전년도 우승팀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0-5로 패한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경기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푼돈을 모아 출전시켜준 선생님들에게 너무 미안했던 모양이다.
이 경기는 FA(축구협회)컵 대회였고, 이 팀은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초등학교 선수들이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시멘트 자국으로 남아 있던 그 아이가 문득 떠올랐다. 협회에 알아보니 그 학교는 몇 년 전 등록된 팀이었다.
무언가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불현 듯 일었다. 학교에 연락해 학교 로고와 선수들의 신상명세서를 받았다.
프로축구 팀들이 즐겨 입는 유명업체에 의뢰해 유니폼을 제작하였고, 백넘버 위에다 선수들의 이름도 새겨 넣었다.
프로선수처럼 자긍심을 가지라는 의미였다. 회사의 배려로 250만원만 부담했지만, 그것을 입고 뛸 선수들을 생각하니 흐뭇하기만 하였다.
유니폼을 직접 전달하고 며칠이 지나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유니폼에 이름을 넣어서 물려줄 수 없다는 항의성 전화였다. 학교재정을 꼼꼼히 챙기는 분이셨다.
● 돌풍의 야전사령관 윤정환 감독
2024 K리그1은 한마디로 ‘돌풍의 강원FC’ 해였다. 나르샤의 함성과 북소리에 좌충우돌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구단주와 대표이사,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강한 의지와 투지가 일궈낸 합작품이었다.
프로스포츠는 돈과의 싸움이다. 구단의 재정에 따라 경기력의 희비(喜悲)가 엇갈린다.
그런 뜻에서 부자(富者) 구단인 울산HD의 우승에는 별 의미가 없다. 유럽 빅5 리그에서도 부자구단들 대다수가 우승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요즘 법조공화국이고 감탄고토(甘呑苦吐) 사회이다. 축구계도 고대(高大) 출신 ‘열 하나회’가 장악하고 있다.
감독 선임도 마찬가지라 빈틈을 헤집고 들어갈 구멍이 없다는 뜻이다. 감독 선임과정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축구협회가 국정조사를 받은 이유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선수구성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누가 맡아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야전사령관인 윤정환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은 어떨까 싶다.
2013년 ‘이 달의 감독상’이 신설된 이래 한 시즌 3차례 수상은 윤(尹) 감독이 처음이고, 지덕체(智德體)를 비롯한 용병술 등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사실 빈약한 재정 속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강원FC가 진정한 챔피언이란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기 마련이고
변화 없는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하나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듯
‘열 하나회’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강원FC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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