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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유스 1호골’ 박요한 “과분한 관심 감사, 부족한 부분 채워나가겠다”

작성일 : 2017-06-21 조회수 : 14,801
‘강원FC 유스 1호골’ 박요한 “과분한 관심 감사, 부족한 부분 채워나가겠다”<박요한이 제주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뒤 축하를 받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축하한다는 말에 겸손한 말이 돌아왔다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신예가 들뜰 만도 한데 오히려 목소리는 전보다 더 차분했다. ‘강원FC 유스 1’ 박요한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박요한은 구단 내에서 성실의 대명사로 통한다보통날은 물론 휴가 때에도 항상 클럽하우스 근처에서 목격된다올해 한국 나이로 24살인 청년이 놀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만 박요한은 쉬는 날에도 훈련에 매진한다.

지난 18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선 박요한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전반 20분 오른쪽에서 오승범의 패스를 받은 박요한은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친 뒤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공은 순식간에 골라인을 통화했다골망을 찢을 듯한 강력한 슈팅이었다박요한은 매일 훈련장에 나와 슈팅 연습을 했고 강력한 슈팅력이 그의 장기가 됐다혼자서 수없이 연마했던 그 슈팅이 리그에서 연출됐다.



<박요한(왼쪽)은 룸메이트인 오범석을 롤모델로 꼽았다>

박요한은 최근 연습경기 때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연습 때는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공이 뜻대로 가지 않았다감독님과 형들이 임팩트가 있기 때문에 힘을 빼고 차도 공이 잘 나간다라고 조언을 했다며 공을 잡은 순간슈팅을 시도하려고 마음먹었다조언이 떠올랐고 '힘빼자'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찼다임팩트가 정말 좋았다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지션이 수비라서 이렇게 빨리 데뷔골이 터질지는 몰랐다조금 얼떨떨하다놀라면서도 기뻤다면서 최근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다.처음에는 경기에 집중했는데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이번 골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요한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포지션 변경을 결심했다지난해까지 미드필더로 뛴 박요한은 오른쪽 수비수라는 다소 생소한 자리에서 경쟁을 시작했다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처음 권유를 받았다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더 많은 경기에 나서기 위해 포지션 변경을 결심하고 전지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시즌이 개막했지만 경기 출전의 기회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박요한은 조급해하지 않았다룸메이트인 오범석의 조언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오범석은 분명히 기회는 온다장점도 많고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지금처럼 준비하고 있다가 기회를 잡아라고 진심으로 조언했다박요한은 차분히 자신의 계획을 세웠다그의 방에 있는 칠판에는 ‘R리그 → 리저브 → 교체 명단 → 선발이라는 목표가 새겨졌다.

성실하게 노력했고 박요한은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갔다. R리그에서 3경기에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친 박요한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이어 지난 4월 22일 열린 수원 삼성과 홈경기에서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이후 5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그리고 리그 7경기 만에 데뷔골을 쏘아 올렸다.

박요한의 데뷔골은 강원FC에도 큰 의미가 있다강원FC 유스 출신 선수가 터뜨린 첫 번째 골이다박요한은 강원FC 산하 팀인 강릉제일고에서 주장을 맡았다단국대를 거쳐 지난해 강원FC에 입단했다지난해 리그 2경기에서 교체로 나와 단 2분 출전에 그쳤지만 올해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다.

박요한은 유스 1호라는 상징성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나에게는 오히려 시너지다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데뷔골이 나에게도 의미가 있지만 강원FC를 사랑해 주시는 팬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여러 모로 기쁜 골이다유스 1호인 내가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만으로 팬들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박요한은 경기가 끝나고 강릉제일고 출신 팬들의 요청에 복근을 드러내는 세리머니를 펼쳐 기쁨을 함께했다.

박요한의 데뷔골에 가족들은 누구보다 기뻐했다경기장에는 아버지와 여동생이 있었다아버지는 멋있었다고 말을 건넸다박요한은 아버지가 평소에 무뚝뚝하다툭 던지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우리 부자의 표현 방식대로 축하 인사를 하셨다며 어머니랑은 경기 마치고 통화했다원래 일찍 주무시는데 안 자고 계실 것 같아 가장 먼저 전화드렸다왜 안 주무시냐고 물으니 가슴이 떨려서 못 자겠다고 하시더라담담한 척 했지만 가족이 기뻐하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감격의 골박요한에게 그 순간에 누가 생각났을까박요한은 한 친구가 떠올랐다그는 태어날 때부터 항상 붙어다녔던 친구가 있다성격과 좋아하는 것이 거의 비슷해 정말 최고의 친구가 됐다박종혁이라는 친구다면서 종혁이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많이 다쳤다나는 높은 곳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 친구는 몸이 다쳐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있다하지만 항상 나에게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정말 고맙다그 친구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최근에 친구의 유일한 낙이 게임 속에서 나를 키우는 것이라고 들었다내가 더 잘할 이유가 생겼다앞으로 함께 원하는 목표를 이뤄나가는 동반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요한은 항상 겸손하다자신이 잘하고 있는 부분보다는 부족한 부분에 더 집중해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한다박요한은 아직 이런 관심을 받는 것이 과분하다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주변에서 좋은 면을 봐 주셨다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강원FC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처음엔 ACL이 막연한 꿈이라고 생각했다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됐다막내답게 열심히 뛰겠다형들과 함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의 말미에 슬쩍 베스트11 선정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박요한은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만약 선정된다면 아마 우리가 다 같이 뛰어서 이겼으니까 내 골도 돋보이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을 것 같다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재미는 없지만 딱 박요한다운 답변이었다. ‘강원의 아들’ 박요한의 효심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