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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엉, 강원에서 베트남 전설의 시작을 알리다

작성일 : 2017-07-03 조회수 : 12,549
쯔엉, 강원에서 베트남 전설의 시작을 알리다<1일 대구전이 끝난 뒤 오범석이 쯔엉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왼쪽)>

<1일 대구전이 끝난 뒤 황진성이 쯔엉을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오른쪽)>

강원FC 쯔엉이 베트남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베트남엔 ‘쯔엉’이라는 희망이 수놓아졌다.

쯔엉은 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 대구FC와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66분을 소화했다.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강원FC는 순위를 ACL 진출권으로 끌어올렸다. 8승 5무 5패(승점 29)로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을 제치고 3위에 자리했다.

지난 경기와 비교해 강원FC 선발 라인업의 가장 큰 변화는 쯔엉이었다. 쯔엉은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5월 17일 FA컵 16강 성남FC전 이후 약 45일 만에 공식경기에 출전했다. 리그 데뷔전이었다.

쯔엉은 지난해 12월 26일 강원FC 이적을 결정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강원도 땅에서 조심스러운 첫 발을 내딛었다. 쯔엉은 바로 울산 전지훈련에 합류해 강원FC에 서서히 녹아들었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빼어난 경기력을 보이며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쯔엉은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소통했고 시즌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는 그림을 상상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전지훈련에서 옌볜과 연습경기에 출전한 쯔엉은 발목을 다치면서 전열에서 이탈했다. 부상은 가볍지 않았고 눈물을 머금고 재활에 돌입했다. 쯔엉은 강인한 의지로 재활에 임했다. 하루빨리 팀에 복귀해 힘을 보태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쯔엉은 약 2달의 시간을 견뎌 부상을 이겨냈고 팀 훈련에 합류했다. 정말 데뷔가 손에 닿을 듯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부상이 쯔엉의 데뷔전을 가로막았다. 베트남 대표팀에 소집돼 A매치 2경기에 출전했다. 쯔엉은 첫 번째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후반 중반 교체 아웃됐다. 경기장을 벗어나는 쯔엉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쯔엉은 강릉에 복귀해 정밀검사를 했고 무릎부상으로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검진 결과를 받았다.

눈앞으로 다가온 데뷔전이 다시 물거품이 되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쯔엉은 다시 한번 일어서서 재활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회복에 매진했다. 생각보다 재활이 길어지면서 답답한 시간이 이어졌다. 쯔엉은 묵묵히 견뎌냈다.

쯔엉은 지난 5월 11일 첫 강원FC 공식경기에 출전했다. 서울 이랜드와 R리그 4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출격을 기다려온 쯔엉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골까지 터뜨리며 확실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어 5월 17일 성남FC와 FA컵 16강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강원FC 입단 후 처음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긴장한 탓이었을까. 쯔엉은 경기 템포에 적응하지 못했고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지 못했고 다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했다.

쯔엉은 지난 5월 27일 포항 스틸러스전, 6월 18일 제주전, 25일 수원전, 28일 광주전에서 연달아 교체 명단에 들었다. 하지만 한 골 차 박빙의 승부에서 쯔엉까지 기회가 오지 않았다. 쯔엉은 자신에게 기회가 올 순간을 절실히 기다리며 훈련에 집중했다. 팀의 ACL 진출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고 기회가 오면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마음 속에 자리했다.

7월의 첫 번째 날, 드디어 쯔엉에게 리그 선발 출장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경기를 앞둔 쯔엉의 표정은 결연했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그의 얼굴엔 비장함마저 보였다. 쯔엉은 “경기를 앞두고 긴장했다. 리그 데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구전이 이번 시즌 나의 첫 번째 리그 경기였고 내가 오늘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경기 전에 느낀 절실한 마음가짐을 솔직히 털어놨다.

쯔엉은 리그 개막 4개월 만에 염원하던 클래식 무대를 밟았다. 신경 하나하나를 경기에 집중시켰다. 마음 속은 긴장감으로 출렁였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다만 매서운 눈빛으로 대구 선수들을 응시했다. 킥오프 휘슬 소리와 함께 힘찬 첫 발을 내딛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그 동안의 한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쯔엉은 똑똑한 선수였다. 소극적으로 나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성남전의 교훈을 오롯이 몸에 새기고 있었다. 확실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상대와 맞서 싸웠다. 적극적인 압박과 몸싸움으로 수비에 이바지했다. 몸싸움을 꺼리던 지난해와 달리 터프함을 뽐냈다. 쯔엉은 “모든 동료들이 그렇게 강하게 싸웠기 때문에 나 또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지금 수비적으로 뛰어나진 않다. 더 많은 노력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의 수비적인 플레이를 평가했다. 오범석, 황진성 등 고참 선수들과 중원을 구성했고 10살 이상 많은 형들과 승리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경기 템포에 적응한 쯔엉은 자신의 공격적 재능을 그라운드에 수놓기 시작했다. 전반 11분 쇄도하는 이근호를 향해 롱 패스를 연결했다. 공은 수비수 뒷공간으로 정확하게 배달됐지만 조금 길었다. 이근호는 쯔엉의 이름을 부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근호의 응원을 받은 쯔엉은 한결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기 시작했다.

전반 18분 황진성의 전방 압박으로 자신에게 공이 오자 감각적인 볼 트래핑으로 대구 수비수를 완벽하게 제쳤다. 왼쪽엔 이근호가 있었고 패스를 연결한다면 골키퍼와 맞서는 완벽한 찬스였다. 직접 슈팅을 시도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파울에 막혔다. 쯔엉은 벌떡 일어나 심판에게 항의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주장했다. 쯔엉이 목소리를 높이자 오범석이 달려와 쯔엉 대신 심판과 대화를 나눴다. 행여 쯔엉이 경고라도 받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또한 쯔엉을 생각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구 수비수 김우석은 경고를 받았다.

쯔엉은 전반 중반 다이렉트 아웃프런트 패스를 시도했다. 패스가 강해 공격수들에게 닿진 못했지만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쯔엉은 안정적으로 패스를 연결하면서 기회가 생기면 번뜩이는 재능을 보였다. 그라운드 위에 있던 66분 동안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였고 짜릿한 승리에 이바지했다.

쯔엉은 “상대가 동점골을 넣은 후 우리에게 굉장히 힘든 경기가 됐다. 하지만 끝내 우리가 이겨 마땅한 팀이란 것을 증명했다.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팀 동료들이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 경기 내내 그들이 격려를 해줬다. 솔직히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팀 동료들이 나를 많이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주고 대신 달려 나와 항의해 주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이 리그 데뷔전을 치른 쯔엉이 느낀 가장 큰 감정이었다. 자신이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동료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강한 정신력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물론 리그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은 바람이 있다. 기회를 얻기 위해선 훈련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K리그에서 출전기회를 얻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나는 한 단계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야만 한다. 다음 경기에 또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K리그에 대한 자부심, 주전 경쟁에 대한 절실함 등을 엿볼 수 있는 대답이었다. 축구 선수로서 꿈에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쯔엉은 경기가 끝나고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베트남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베트남을 상징하는 티셔츠를 입고 국기를 든 그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였다. 긴장감 속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안도감과 베트남 팬을 본 반가움이 섞여 만든 따뜻한 미소였다.



<쯔엉은 강원FC의 5연승을 함께한 뒤 동료들과 밝게 웃었다>

그는 “올해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셔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팬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미래에 대한 더 큰 동기부여를 시켜준다”며 “베트남의 많은 팬들이 K리그에서 나의 경기를 보기 위해 기다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대로 나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단지 나는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격려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저에게 꾸준한 신뢰를 보내주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쯔엉은 두 번의 부상,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모두 힘들다고 얘기할 때, 대꾸하기보다 그라운드에서 한 발 더 뛰는 쪽을 선택했다. ‘베트남 1호’라는 타이틀보다 ‘K리그 클래식 강원FC 소속 미드필더’라는 명칭이 더 좋다는 쯔엉이다. 쯔엉은 ‘베트남 선수’가 아닌 ‘강원FC 선수’로 팀에 녹아들었다. 베트남을 넘어 한국에 진출한 쯔엉이 이제 강원FC와 함께 아시아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