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뉴스

[강원 人SIDE]‘털썩’ 주저 앉았던 오범석 ‘번쩍’ 일으켜 세운 이현식

작성일 : 2018-10-31 조회수 : 14,383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강원FC 홈페이지와 네이버포스트를 통해 '강원 人SIDE'가 연재됩니다. 구단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팬 여러분들과 공유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선수단과 프론트 등 강원FC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흥미로운 주변이야기들이 팬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구단 홈페이지와 네이버포스트, SNS페이지를 통해 여러분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전해주시면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편집자주]


지난 27일 강원FC와 FC서울의 KEB하나은행 K리그1 하위스플릿 첫 경기가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

강등권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팀들 간 맞대결이라 경기장엔 전운이 감돌았다. 이날 경기는 강원FC에게 원정에서 최소한 승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한 경기였다.

더욱이 FC서울은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홈에서 치러지는 첫 경기서 승리를 따내기 위해 거세게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 분명했다.



#1. 풀리지 않았던 전반전과 후반전 등장한 천적 박주영


경기 초반부터 강원FC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수비라인을 바짝 끌어올려 홈에서 선제골을 넣고 말겠다는 FC서울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강원FC는 FC서울의 강한 전방압박에 고전했지만 높은 수비 집중력으로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문제는 후반전부터였다. 전반을 잘 버텨낸 강원FC는 후반전 전술변화와 선수 교체 투입을 통해 분위기를 공격적으로 바꿔나갔다.

강원FC의 공격이 계속되자 FC서울은 빠른 역습을 통해 득점을 노렸고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거듭했다. 경기 양상은 팽팽하게 흘러갔고 양 팀 서포터즈도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후반 12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찼다.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FC서울의 박주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경기 흐름을 일순간 FC서울 쪽으로 끌고 갔다.

결국, 후반 38분 박주영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터졌다. 박주영은 강원FC의 수비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단 한 순간의 실수를 결정지으며 박주영은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한 번 강원FC의 골망을 흔들었다.



#2. 주장 오범석을 일으켜 세운 꼬마파이터신예 이현식


FC서울에게 실점을 허용한 것은 주장 오범석의 실수였다. 이날 오범석은 최후방 수비부터 미드필드까지 휘저으며 경기를 조율했고 득점을 내주기 전까지 강원FC의 철옹성 같은 수비진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축구라는 스포츠가 그러하듯 단 한순간의 실수가 오범석을 그라운드에 주저앉게 만들었다. 공격을 밀어붙이며 승리가 눈앞에 잡힐 듯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상황이었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당시 선수들은 누구도 오범석을 탓하지 않았고 이 경기를 내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특히, 교체 투입돼 경기흐름을 바꿔놓았던 신예 이현식은 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이현식은 실점을 내주고 주저앉은 오범석에게 곧바로 뛰어갔다. 양팔을 붙잡고 오범석을 곧바로 일으켜 세웠다. 상대의 득점 세레모니가 펼쳐지는 동안 이현식은 오범석의 등을 밀며 함께 그라운드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현식은 “우리 팀 신인들은 플레이가 잘 안돼서 힘들면 범석이 형한테 의지를 많이 한다. 경기 중 내가 공을 뺏기거나 실수하면 뒤에는 항상 범석이 형이 있다. 올 시즌 경기 중에 실수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 범석이 형이 나를 일으켜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뛰어갔다. 범석이 형 손을 빨리 잡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3. 포기하지 않은 강원FC 그리고 경기 후 라커룸


선제골을 내줬지만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 불과 2분 뒤 강원FC의 기적 같은 동점골이 만들어졌다. 중원에서 오범석이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침투하는 정석화에게 날카로운 전진패스를 연결했다.

정석화는 문전 앞의 정조국에게 연결했고 이 공은 뛰어 들어오던 김지현과 디에고의 발을 거쳐 정승용에게 연결됐다. 혼전 상황 속 FC서울의 측면이 허물어진 틈을 정승용은 놓치지 않았다.

골문이 환하게 보이는 순간 지체 없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린 정승용은 FC서울의 골망이 춤추는 것을 확인하고 양손을 하늘로 번쩍, 서포터즈를 향해 유니폼에 새겨진 강원FC 엠블럼을 치켜들었다.

고삐를 늦추지 않고 공세를 이어간 강원FC는 아쉽게 추가 득점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결국 원정서 값진 승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노력이 빛난 경기였다.

경기 직후 극적 무승부를 연출하고 라커룸으로 복귀한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올 시즌 FC서울전 무패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선수가 이날 무승부를 승리보다 귀중하게 생각했다.

숨을 고르고 있던 선수들 앞에 등장한 김병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투지를 발휘해 동점까지 따라잡은 점을 칭찬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경기처럼 여러분들이 앞으로 정신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다음 경기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준비합시다”



#4. 주장 오범석의 각오 전남전 반드시 승리할 것


FC서울과 혈투를 끝내고 다시 강릉 클럽하우스에서 훈련에 나선 오범석은 다음달 4일 치러지는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과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전남전 승리하면 올 시즌 잔류 확정이다. 전남전을 반드시 승리하고 싶다. 선수들 모두 빠르게 잔류를 확정하고 남은 경기서 부담 없이 우리의 축구를 해보자는 생각들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병수 감독님 부임 이후 감독님이 원하시는 축구를 선수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잔류를 확정짓고 부담 없이 경기하다보면 남은 경기서 조금씩 바뀐 모습들이 드러날 것이라 본다. 우리 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분명히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주장 오범석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고 있는 강원FC. FC서울전의 투지를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