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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섬세한 ‘신사축구’ 조련…첫째도 재미,둘째도 재미”

작성일 : 2009-02-14 조회수 : 18,640


아스널이 모델이죠” "재미있는 축구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올해 프로축구 K리그에 첫발을 내딛는 신생팀 강원 FC의 최순호 감독이 중국 쿤밍 전지훈련지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시즌 뒤 3개월은 1차 선별기간, 9개월 뒤면 팀 색깔이 드러날 겁니다.”

중국 쿤밍에서 전지훈련 중인 K리그 신생팀 강원 FC의 최순호(47) 감독은 8일 현지 숙소에서 올해 예상 성적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최 감독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축구는 ‘빠르고 섬세하고 신사적인 축구’다.

경기 내내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면서 패스와 공수 전환을 빠르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이 모델이다.

최 감독은 페어플레이 정신도 강조했다.

그는 “거친 반칙은 경기를 지루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선수의 기량 향상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이번 시즌 퇴장선수 ‘0’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그라운드의 신사였다. K리그 100경기에서 경고 1차례만 받았다.

최 감독은 한국 축구 최고 스트라이커 계보에 언제나 이름을 올리는 주인공. 그런 그가 선수로서 아쉬움은 없었을까.

“해외에서 뛰지 못한 게 한이었죠. 당시 외국의 몇몇 구단에서 영입 의사를 밝혔지만 소속 팀이 반대했어요. 저 역시 더 큰 무대에서 뛰겠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없었고요.”

최 감독은 역대 최고의 선수로 펠레(브라질), 현역 선수 중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꼽았다.

그가 현역 시절 잊지 못하는 선수는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그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허정무(현 대표팀 감독) 선배를 포함해 3명이 온몸을 날렸지만 끝내 못 막았다”며 “축구공이 몸에 붙어 다니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다시 한번 최 감독에게 “성적엔 정말 미련이 없느냐”고 물었다. 엷은 미소를 짓던 그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젊은 선수와 기존 선수 간 호흡이 잘 맞아 생각보다 빨리 전력이 좋아지고 있어요. 제가 놀랄 정도죠. 재미있는 축구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강원도민들은 식당이나 세차장에서 돈 받을 생각을 안 한다”며 “경기 자체를 즐기는 강원도민들을 위해서 재미있는 축구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쿤밍ㅣ동아일보  = 신진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