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차’ 이광연이 말하는 강원에서의 희로애락
작성일 : 2024-06-10
조회수 : 3,070
강원 신인 입단 선수 특집 ①
신인으로 강원에 둥지를 튼 이광연이 6년 동안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광연은 지난 2019년 신인 선수로 강원FC에 입단했다. 입단 전 U-19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2018 AFC U-19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하며 이름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축구계에 존재감을 새긴 것은 ‘2019 FIFA U-20 월드컵’이었다. 매 경기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신인 시절부터 승승장구한 국가대표 이력과 달리 프로에서의 시간은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2019년 6월 23일, 어렵게 기회를 잡은 데뷔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게 후반 11분까지 4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형들은 이광연의 데뷔전을 패배로 만들지 않았다. 0-4로 끌려가던 경기를 끝내 5-4로 뒤집었다. 이광연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데뷔전이었다.
이광연은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겼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데뷔전 4실점은 좋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다. 형들만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어 준 것이었다. 나에게는 감동적인 경기였다. 그래서 인상적으로 남았던 좋은 기억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광연은 데뷔 시즌 8경기 19실점으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20년 11경기 16실점(클린시트 2경기)으로 프로 무대에 적응해 나갔다. 기대 속에서 맞은 2021년 개막전은 이광연에게는 시련이었다. 울산전에서 5실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광연은 “강원에서 6년 중에 가장 아쉬운 순간이다. 그때는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하고 경기에 나섰다.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벽을 넘지 못하니까 그때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스스로 K리그1에서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 시기였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쉽고 힘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광연은 2021년 시즌 말미부터 다시 주전의 기회를 잡았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구단의 잔류에 기여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긴 재활의 터널을 빠져나와 지난해 18경기 17실점(클린시트 7경기)으로 데뷔 첫 0점대 실점을 기록했다. 승강플레이오프 2경기 1실점으로 다시 한번 잔류에 이바지했다.
이광연은 2024시즌 다시 한번 출발선 위에 섰다.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등 8경기 9실점(클린시트 1경기)을 기록했다. 강원의 4연승은 이광연의 결정적인 선방들이 있어 가능했다.
이광연은 “지난해까지 골키퍼로서 실점할 것 실점하고 막을 것 막는 느낌이었다. 올해는 팀이 위험할 때 경기당 1~2개씩 꼭 선방해서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시즌 초반에는 그런 세이브가 안 나왔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하고 기다리고 또 준비하고 간절하게 임했다. 그 시간이 지금의 날 성장시켰다. 조금이나마 팀에 힘이 될 수 있어 기쁜 요즘이다”고 환히 웃었다. 과연 이광연의 강원 6년차, 2024시즌은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쏠린다.
◆ 다음은 이광연의 일문일답.
- 강원에 입단한 지 6년이다. 최근 성적이 좋아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6년 전에는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지금은 배웠던 것을 어떻게 경기장에서 보여줄지에 대해 고민한다. 선배들이 벤치와 경기장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팀을 위해 희생했는지 생각한다. 올해는 신기한 시즌이다. 6년 동안 잘한 시즌도 있었다. 올해는 뭔가 질 것 같다는 느낌이 없다. 강팀으로 거듭난 것 같다. 경기장에 나서는 게 무척 즐거운 시즌이다.
- 초기에 비해 동생들도 많이 생겼다.
6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입단 당시만 해도 형들에게 제대로 말도 못 걸었다. 분위기도 그렇고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형들이 노력을 많이 한다. MZ 세대를 많이 이해하려고 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온다.
- 많이 달라졌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오고 있다.
2019년도에도 팬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응원하는 소리와 분위기가 전과 많이 다르다. 팬들이 축구에 대해 더 깊이 아는 것 같다. 예전에는 선수 이름만 알았다고 하면 지금은 전적이나 세세한 기록들에 대해 말한다. 나도 모르는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다.
- 기억에 남는 팬이 있는가.
민찬이라는 친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나를 입단할 때부터 좋아해 준 친구다. 경기장에서 곰돌이 옷을 입고 오는 친구다. 처음 봤을 때에는 엄청 어렸는데 지금은 벌써 중학생이다. 많이 컸다. 경기 뛸 때나 안 뛸 때나 다쳤을 때나 항상 응원해주는 감사한 팬이다. 늘 고맙다.
- 기억에 남았던 순간
데뷔전이었던 포항과 5-4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긴 경기였다. 데뷔전 4실점은 좋지 않은 경기일 수도 있다. 그런데 형들만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어 준 것이었다. 나에게는 감동적인 경기였다. 형들 덕분에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 아쉬웠던 순간
2021년 개막전인 울산전에서 0-5로 졌을 때가 가장 아쉽다. 그때는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하고 경기에 나섰다.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그 벽을 넘지 못했다. 정말 그때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K리그1에 내가 계속 남아있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 시기였다. 스스로의 경쟁력에 대해 고민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 2022년 부상이 크게 있었던 시간도 있었다.
많이 배웠던 시기였다. 경기를 보면서 정말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들끓어 올랐다. 복귀하게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상상을 많이 했다. 재활을 정말 열심히 했다.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무장이 돼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 강원과 재계약을 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일찌감치 구단에서 재계약 의사를 밝혀주셔서 감사했다. 대표님,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했다. 해외 진출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렸다. 대표님, 감독님이 선수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일본에서 한 경험을 말씀해 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충분히 공감하고 받아들여서 시즌이 끝나고 오래지 않아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강원을 제외한 다른 K리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구단에서 잘 배려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 시즌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했나?
나의 위치에 대해 장담하기 어려웠다. 5년 동안 경기 수가 들쭉날쭉했다. 주전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없어졌다. 5년 동안 그렇게 지내오면서 올 시즌에도 경기를 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올 시즌 초반에 부진했다. 반대로 (박)청효 형은 워낙에 능력이 있는 선수이고 경기장에서 정말 잘했다. 올해도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한 경기, 한 경기 신중하고 간절하게 정성 들여 준비했다.
- 4연승 과정에서 본인의 결정적인 선방이 나왔다.
강원에 있는 동안 내가 결정적으로 막아주는 것이 없었다. 골키퍼로서 먹을 것 먹고 막는 거 막는 느낌이었다. 올해는 팀이 위험할 때 경기당 1~2개씩 꼭 세이브를 해서 승리에 기여하고 싶었다. 시즌 초반에는 그런 세이브가 안 나왔다. 또 뭔가 아직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못 뛰면서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했다. 훈련하면서 배우고 기다리고 또 준비했다. 그 시간이 지금의 날 성장시켰다. 조금이나마 팀에 힘이 될 수 있어 기쁜 요즘이다.
- 목표는?
팀적으로 많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 강원은 K리그1에서는 6위가 최고인데 그 이상의 순위를 해보고 싶다. 5연승이 최대인데 그 기록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시즌이 끝나고 보면 팀 기록 중에 내 이름이 새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한 원팀’으로 팬들의 마음에 남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
-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입단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래도록 강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잘 못하면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이다. 이렇게 오래 있게 돼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경기장에 찾아오셔서 응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 외침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훈련 때나 경기 때나 최선을 다해 몸을 날리고 있다. 더 큰 행복과 기쁨을 드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