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터키전지훈련에서 시끄러운 이유는?
지난 달 11일부터 터키 안탈리아에 동계훈련 베이스캠프를 차린 강원FC. 어느새 전지훈련도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선수단 전체에는 에너지가 넘친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식당에 모여 매끼 식사를 할 때마다 수다꽃이 핀다. 그중 가장 시끄러운 곳이 있으니, 바로 코칭스태프가 모여 앉은 테이블이다.
알툴 감독을 제외한 모든 코치진들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테이블에서는 온갖 외국어가 튀어나온다. 세계 유수 클럽에서 26년간 지도자 생활을 한 알툴 감독이기에 영어, 독어, 스페인어 등 각종 외국어에 능하다. 배명호 수석코치 의 어학실력 또한 수준급이다. 영국 본머스 프로팀 2군에서 객원코치를 역임하며 상당한 수준의 영어실력을 겸비했으며,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 독문학과 어학과정(1991년)과 독일 퀄른 체육대학교 축구학과 최고지도자과정(1992년)을 수료하여 독일어는 모국어처럼 구사한다. 여기에 이충호 코치와 박효진 코치까지 가세해 영어와 독어로 알툴 감독과 대화를 하고 있으니, 한마디로 ‘글로벌’ 강원FC다.
최근 선수단이 묶고 있는 타이타닉 호텔에는 독일 클럽과 유소년 선수들, 관광객 등 독일사람들이 단체로 숙박하게 됐다. 독일 클럽 관계자가 영어로 강원FC에 연습경기를 제의하자 배명호 수석코치가 완벽한 독일어로 답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 구경하고 있던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 관광객들이 배 코치에 독일어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한국의 강원FC 클럽 사람들이 독일어를 우리만큼 한다”라고 입소문이 나버렸고, 독일 관광객들은 호텔에서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독일어로 대화를 시도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알툴 감독은 “포르투갈어 통역이 늘 내 옆에 있지만 코칭스태프와는 영어로 대화하는 게 더 편하다.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2-3시간은 기본인 것 같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대화인데, 말이 통하고 생각을 교감할 수 있는 코칭스태프가 곁에 있어 즐겁다.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며 웃었다.
최근엔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들의 뛰어난 언어실력에 단단히 자극받은 모습이다. 최진호는 터키전지훈련 기간 중 호텔 내 관광객을 시작으로 하우스키퍼, 레스토랑 웨이터까지 친구목록에 추가시킨 강원FC ‘사교의 제왕’이다. 특유의 친근함으로 다가갔지만 짧은 단어와 바디랭귀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공부에 매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단 최진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선수들 역시 타 클럽 선수들과 교류하고 싶지만 언어의 한계를 실감하고 영어정복을 향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이에 강원FC는 시즌 개막 이후 선수들을 위한 영어교실을 준비했다. 최근 어학능통자를 인턴으로 채용하여 선수단 귀국과 동시에 ‘프론트와 함께하는 글로벌한 K리그 선수되기’ 프로젝트를 실행할 계획이다. 이 소식을 들은 주장 김오규는 “내년 전지훈련에는 선수단이 더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