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도민 주주를 찾고 있는 이유
‘앞으로 주주님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드립니다’
한 시민구단이 있다. 인구 10만에 불과한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스포츠 구단의 구장 수용 인원은 8만 1435명에 달한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시민의 80% 이상이 경기장을 찾아야 매진을 기록할 수 있다. 경기장을 꽉 채우는 게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팀의 관중 동원은 지구상 프로 구단 가운데 수위를 다툰다. 1960년 전 경기 매진 후 2016시즌까지 전 경기 매진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시즌 티켓 구매를 위한 대기자 리스트에 12만 3000명이 올라있다. 도시의 인구보다 많은 수다. 심지어 시즌 티켓 갱신율이 90%가 넘어 지금 신청한다면 40년 뒤에야 시즌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주주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시즌 티켓을 신청하는 문화가 생겼다.
이 놀라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 위스콘신주 그린베이를 연고지로 하는 미국 NFL의 그린베이 패커스다. 그린베이 패커스는 자본이 지배하는 미국 스포츠의 유일한 시민구단이자 NFL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그린베이 패커스는 공식적인 구단주가 없다. 36만 명의 주주 모두가 구단주다. 사장, 단장이 권한을 위임 받아 구단을 운영할 뿐이다. 주주들은 이 사실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주주들은 위기 때마다 구단을 살렸다. 경기장을 찾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이제 문화로 바뀌었다. 주주들에게 ‘나의 팀’ 그린베이 패커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 그린베이 패커스의 주식을 구매한 주주들에게 큰 기대는 없었다. 이익을 위해 투자를 하는 주주들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그린베이 패커스의 주식은 복권이었다. 구단을 통해 얻는 감정은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이다.
강원FC는 그린베이 패커스처럼 구단의 주식을 당첨된 복권으로 만드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우연히 주식을 구매했든 피치못할 사정으로 주식을 구매했든 주주로서의 권리 회복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주주님을 찾습니다’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원FC는 캠페인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8일 충주전부터 강릉종합운동장에 '앞으로 주주님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한 지역지에 두 차례 신문 광고를 실었다. 사무실에서도 끊임없이 강원FC의 주인들을 찾았다. 직원들이 주주들에게 전화를 해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고 연락처를 최신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체 주주 가운데 10%에 강원FC 연락이 도달했다. 강원FC는 9318명의 주주들과 통화를 시도했다. 3051명의 주주들이 ‘주주님을 찾습니다’ 캠페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눴다. 이 가운데 개인 정보가 변경된 주주들이 1861명이었다. 6267명은 부재 중이거나 연락처가 바뀌었다. 시간이 오래 지난 만큼 개인 정보 최신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주주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강원FC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강원FC는 2017시즌부터 주주들에게 입장권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2000원 할인에서 혜택이 크게 늘어났다. 시즌권 구매 시에는 10% 추가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입장권 할인 혜택이 공개되고 주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본인이 강원FC 주주인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구단으로 쇄도했다.
이러한 노력에 화답하는 주주들이 늘고 있다. 강원FC의 적극적인 마케팅, 언론 보도 등이 하나로 맞추지면서 시너지가 나타났다. 강원도는 물론 전국 각지의 주주들이 캠페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 강릉에 사는 신재인 씨는 “창단 때부터 매해 시즌권을 구입해 모든 홈경기를 봤다. 창단 초기에는 관중석이 꽉 차 있었는데 지금은 팬이 많이 줄었다”며 “새로운 대표이사 부임 이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200주를 보유한 주인영 씨는 직원의 전화에 주소를 최신화했다. 그는 “강원FC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서 승격을 반드시 이루길 바란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많은 도민 주주들이 “이제야 구단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애정과 기대감이 담긴 반응을 보였다.
주주가 아닌 축구팬의 주식 구매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울진군에 사는 박경선 씨는 “뉴스를 통해 구단 소식을 접하고 있다. 투명하고 참신하게 구단 운영이 되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주식 구매가 가능하다면 동참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원FC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캠페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도민 주주들은 강원FC 사무국(033-655-0500) 또는 구단 공식 휴대전화(010-7153-0580)에 연락해 '주주님을 찾습니다' 캠페인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도민주를 공모한 강원FC는 6만 8896명 주주들의 지지로 2009년 프로 무대에 처음 발을 디뎠다. 하지만 여러 가지 내홍을 겪으며 도민 주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2013년 챌린지로 강등되면서 도민 주주들의 관심에서 점차 후순위로 밀렸다.
강원FC는 실망감으로 등을 돌린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주주님을 찾습니다' 캠페인으로 권리를 돌려주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강원FC는 향후 다양한 정책과 혜택으로 성장하는 강원FC의 가치를 도민 주주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강원FC의 주인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
그린베이 패커스는 주주들의 힘으로 지금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구단이 힘들 때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나의 팀’이라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주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방문한 경기장은 이제 축제의 장이 됐다.
도민 주주들이 강원FC를 위해 전 경기를 방문하는 미션을 수행해 준다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홈 전경기 매진이 이뤄진다면 전용구장 건설을 바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주주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강원FC의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주가 소지한 연간 회원권, 입장권은 본래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강원FC의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 시즌권은 약 1만장이다. 시즌권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한정된 수량 이상을 판매할 수는 없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진다면 강원FC 시즌권을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 강원FC는 2017시즌 연간 회원권 구매자에게 2018시즌 연간 회원권 우선 구매의 혜택을 부여한다. 빠른 시즌권 구매를 통해 향후 수익을 얻을 수도 있는 더 큰 기회를 잡는 셈이다.
만약 강원FC 주주들의 10%만이라도, 축구 발전을 바라는 팬들이 전경기 참여의 의사를 결정한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 일어날 것이며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모두 이번 기회에 그러한 의사 결정에 동참해서 대한민국에 위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촛불 같은 열정을 보여주길 바란다.